교과서에서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고 작가는 허균이라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가?
만약 <홍길동전>이 훌륭한 작품이고 이 소설을 창작한 사람이 칭송받아 마땅하다면 이 작품의 작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1927년까지 아무도 이 소설의 작자를 허균이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성제국대학 일본인 교수의 말 한마디에 의해 갑자기 소설의 작자가 허균이 되었다면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p61 조선시대 한글소설의 작자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신분이 낮았기 때문이고 당시에는 한글소설의 작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p63
<홍길동전>의 작자를 허균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1. 한글소설은 1800년 무렵에 나타나는데 허균은 1600년대 사람인 것이다.
2. 허균이 한글로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 자료가 어디에도 없다.
3. 1910년 이전에 만들어진 <홍길동전>은 현재 수십 종이상 남아 있다. 만약 허균이 작가라면 각기 다른 내용의 이 많은 이본 가운데 어떤 것이 허균이 쓴 것인가?
<홍길동전>의 작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를 밝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수백 편의 한글 고소설의 작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홍길동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 소설은 주인공을 서자로 설정했다는 것만으로도 고소설 가운데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홍길동전'의 중요성은 작자가 누구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에 있다. p65
이 책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해석을 반드시 참고해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생각과 한번 맞춰보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각자가 읽고 느낀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p268
참고도서
홍길동전, 정종목, 창비, 2003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류수영, 나라말, 2003
고미담고미답, 정진, 아주 좋은 날, 2020
홍길동전, 전국국어교사모임, 휴머니스트, 2014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다, 이윤석, 한뼘책방, 2018
참고문헌
이윤석(2012) 홍길동전 작자 논의의 계보, 열상고전연구 권 36호, 381-414